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Shoe Collector Nikolay

으어 벌써 1차 발표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내일 이 시간엔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 궁금하네요. 오늘 글은 좀 가벼운 주제입니다. 신발 수집이 취미인 저의 의야기를 한 번 써보려고요. 긴장 되서 잠도 안 오는데 가볍게 쓸까 합니다.

신발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모종의 집착(?) 같은게 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레고도 사야했고 게임 씨디도 모아야 했고 더더군다나 부모님은 신발이 닳기 전엔 안 사주시는게 당연했기 때문에 그냥 신고 있던 신발이 다 닳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학교 때 아마 처음으로 나이키에서 나오는 농구화를 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땐 기분이 무척 좋았죠. 그리고 조던 시리즈로는 처음으로 에어조던 9을 샀습니다. 흰검이었고 얼마 전까지 거의 누더기가 된 채로 신발장에 있다가 버려진 것 같네요. 에어조던 9 흰검은 다음과 같은 모양입니다.
sneakersection.com에서 이미지 발췌
 
여튼 이걸 잘 신고 다니다가 저도 중학교 때부터는 이래저래 돈을 모으게 되고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배려로 스스로 통장관리를 하게 되면서 집과 독립되어서 따로 주머니를 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통장 비밀번호를 부모님 모르게 해놓고 현금 카드를 갖게 되었고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바로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썼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아마 옥션에서 폼포짓 프로 블루를 샀던 것 같아요.














폼포짓 블루는 당시 학교에 신고 다니기에 조금 버거울 정도로 화려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 옥션은 신발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짭션이라고 불리우며 멸시당하지만 옛날만 해도 농구화를 구하려면 옥션에서 구하거나 혹은 카페의 중고 사고팔기 게시판이 전부였습니다. 옥션만 해도 에스크로 거래로 신뢰할 수 있었지만 중고 장터는 정말 판매자의 신용으로 거래하는 것 말고는 없었죠. 전 여태껏 한번도 사기 당한 적이 없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컬렉션은 좀더 늘어났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아버지에게는 조던 18.5를 받고 외할머니가 르브론 2를 사주셨던 기억이 있네요. 르브론 2는 예쁜데다가 발도 편해서 몇 년 전에 다른 색으로 또 사서 신고 있습니다.



당시 농구 경기를 보면 상당수의 선수가 르브론 2를 신을 정도로 인기가 좋아서 "국민 농구화"라 불리곤 했습니다. 에어도 물컹물컹 좋아서 엄청 신었는데 결국 에어가 터져 버려서 주저앉아서 버리게 되었죠. 그래서 그 안타까움에 대학교에 와서 다시 사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샀던 것은 당시 신인이었던 카멜로 앤써니의 시그네이쳐 슈즈(한 선수를 위해서 특별히 만든 신발)인 멜로 1.5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갑피에 라인이 예쁜 신발이었죠.
 
멜로 1.5는 발도 편하고 그랬는데 이후 대학 들어 와서 자금 사정으로 팔아버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기 팬던트도 걸려 있는데 그 팬던트가 아마 어딘가에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무언가 테마를 정하거나 라인을 정해서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보이는 대로 예쁘면 사고 그러한 과정을 반복했죠. 그러다 보니 별의별 쓸 데 없는 것도 사고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신발들은 대개 고등학교~대학 초년생 시절, 돈이 많지 않았을 때 계획성 없이 샀던 것들입니다. 그 때는 정말 왜 그랬는지 후회되네요. 조던 8을 헐값에 살 수 있는데도 옆에 있던 VC4(빈스카터의 시그네이쳐 모델)을 사질 않나...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다루는 돈의 액수가 좀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세뱃돈은 물론이고 용돈부터 장학금을 받을 경우 장학금의 부스러기까지 돈이 쏠쏠하게 모였죠. 전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광화문 교보에 달려가 신작 게임을 사는 한 편 호시탐탐 신발을 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 빈발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신발을 "모은다"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나타내셨고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신발을 사오는 날엔 부모님하고 말도 안 할 정도였죠.
 
대학교 때까지 부모님과의 갈등은 이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 시간이 싫었습니다. 전 눈치 보면서 신발 상자를 집에 가져오고 부모님은 화를 버럭 내시고 전 또 거기에 대들고... 어떻게 해결되었냐고요? 간단했습니다. 전혀 부모님이 상관할 수 없는 돈으로 신발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장학금, 과외비, 월급... 결국 부모님은 제가 대학교 2학년이 지나면서 백기를 드셨고 신발 모으는 것에 대해 크게 나무라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취미"로 인정 받았달까요? 이제는 주로 "공간"이 문제가 됩니다. 사실 수납 공간이 좀 부족하긴 하거든요... 나무로 따로 신발장을 짜든지 해야하는데 집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죠.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초년생까지는 "남들 신는게 부러워서"산 신발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획없이 막 샀던 거죠. 그 때 산 것 중에 그래도 잘 샀다고 생각 되는 신발이 있습니다. 줌 20-5-5인데 르브론의 경기 성적을 나타낸 거라는데 까먹었네요.
 
사실 농구화의 치명적 단점이 있는데 "통풍"입니다. 여름엔 땀이 좀 차죠. 근데 이 모델은 통풍이 워낙 잘 되서 땀이 안 차는데다가 착용감도 좋았습니다. 결국 다른 색깔로 똑같은 모델을 또 샀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신발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컬렉션을 조던으로 시작한게 아니라 르브론으로 시작했네요. 르브론 2부터 꾸준히 사서 3, 4, 5, 6, 8, 9, 10까지 사모았습니다. 7과 11은 제 취향과 안 맞아 안 샀지만요. 당시 조던은 뭐가 뭔지도 몰랐고 그나마 매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 르브론 시리즈가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조던은 당시도 리트로(재발매)하던 시절이라 정확하게 언제 나오고 어떤 모델이 나오는지 모르면 모으기 힘들었죠. 그래서 조던은 제가 풋셀에 가입하고 대학교 들어와 돈을 스스로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모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초기 컬렉터 때의 얘기입니다. 다음 편에선 제 소장품 사진과 대학교 시절 모았던 스토리 등등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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