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4일 목요일

하얼빈 사진

홍콩 여행기 올리다가 급 제가 대학원 들어가느라 바빠져서 못올리게 된 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여태껏 연재한다는 글 죄다 그렇게 된 거 보면 역시 전 연재하면 안 되나 봅니다 ㅠㅠㅠㅠㅠㅠㅠ 근데 홍콩 여행은 저게 클라이막스이고 뒤는 보실 것 없습니다. 제가 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 쇼핑몰과 백화점과 거리를 이잡듯이 잡고 다닌 얘기 말고는 사실 할 얘기가 별로 없거든요.


여름이 눈앞에 와 있는 이 시점에 몇 년 전에 가본 하얼빈 사진을 여러분께 소개할까 합니다. 사람들이 아무래도 홍콩이나 베이징보다는 많이 안 가는 곳이지요. 전 2010년 1월에 중국에 갔는데 군대 입대를 앞둔 친구들과 함께 갔습니다. 원래 같이 하얼빈에 가자고 하려 했으나 추가 경비가 만만치 않아 친구들은 베이징에서 돌려 보내고 저 혼자 하얼빈으로 향했습니다.

하얼빈에 가려면 만주벌판을 8시간 동안 고속열차를 타고 달려야 합니다. 베이징 역에서 낀 성에는 하얼빈 역에 가면 얼음으로 바뀌고 창밖에는 하얀 설경만이 들어오죠. 간간히 가축 떼가 눈에 띄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후진 디카로 찍은 사진이라 사진이 좋진 않습니다만 출발역이었던 베이징 역의 새벽 풍경입니다. 테러 위협이 있어서 그런지 차표 검사를 하고 엑스레이로 가방검사를 해야 역 안에 들여보내줬습니다.










열차는 "화해호 和諧號"라고 부르는 특급열차였는데 우리의 KTX보다 좋은 것 같았습니다만 화장실이 그 쪼그려 싸는 변기였습니다... 특급열차 1등칸 표를 샀는데 화장실이 그모양이라 매우 실망했죠. 하지만 승무원이 쓰레기도 다 버려주고 도시락도 배달해주고 돈 낸 값은 있었습니다. 당시 차표가 한국 돈으로 편도 7만원 가량 했습니다.






 뭔가 원자력 발전소 같은 곳이군요.












간식으로 먹으려고 산 빵이었는데 중국 현지 롯데마트에서 샀는데 맛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열차 안에는 열차 속도를 상시적으로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습니다. 公里는 km입니다. 현재 시속 210km이군요. 300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화해호 외관입니다. 마치 KTX 같죠. 베이징에서 하얼빈 사이에 3개 역 정도 들립니다. 제 기억으로는 석가장, 심양, 장춘 이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만주벌판은 끝도 없습니다. 하얼빈은 만주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하얼빈까지만 해도 고속열차로 8시간이면 만주는 꽤 큰 곳이겠죠.
















































하얼빈 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제가 달려간 곳은 러시아 음식점이었습니다. 사실 하얼빈에 온 이유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지 못한 아쉬움을 풀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러시아 음식점을 다녔는데 진짜 러시아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한끼에 혼자서 한국 돈으로 만원 넘게 써가면서 호화롭게 먹었습니다. 혼자서 맥주에 메인 디쉬에 디저트까지 먹었습니다. 러시아 음식점이라 러시아 맥주 발찌까도 팔더군요. 러시아와 가까운 곳이라 러시아 관광객도 많았고 점원도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곳이었습니다.
























실외 사진들 질이 하나 같이 좀 떨어지는데 카메라가 구식인 것도 있거니와 밤엔 영하 30도로 떨어집니다. 카메라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장갑을 벗는 순간 손에 감각이 없어지죠. 카메라 배터리는 건전지였는데 30분에 한번씩 바닥나서 배터리를 여러개 사서 주머니에 한가득 넣어 두고 갈아끼우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겨울의 하얼빈은 온 도시가 빙등제를 합니다. 도시 곳곳에 얼음조각이 되어 있고 그 안에 조명을 넣어 빙등을 켜지요. 그리고 중앙대가는 고풍스러운 제정러시아 시대의 건물로 가득 차 있어 밤에는 거리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얼빈이 저기 촌동네 조그만 도시인 것 같지만 인구가 꽤 많은 대도시입니다. 흑룡강성의 성도이기도 하고요. 저 거리에 어지간한 브랜드의 상점은 모두 있었습니다.





하얼빈은 러시아의 문화가 많이 깃든 도시라 그런지 스탈린 공원이 있습니다. 쑹화강 강변에 있는 공원인데 그 주변의 도로 이름은 우의대로입니다. 친구 간의 우의 할 때 그 우의입니다. 중소관계를 아시는 분은 이 이름이 아직도 남아있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제정러시아 시대의 구 시가지 끝에 있는 공원으로 저기 보이는 탑은 홍수극복기념탑입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도 다양한 빙등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영하 30도였습니다... 그래도 용케 잘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네요.



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에 편육에 김치가 나와 맛있게 먹고 다시 중앙대가로 나갔습니다. 옆의 아치가 중앙대가 초입에 있는 입구입니다. 중앙대가는 제정러시아 시대의 건물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하얼빈은 러시아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러시아의 흔적이 아직 많이 남아있죠. 하지만 모스크바 같은 분위기라기 보단 역시 제정러시아 때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옆은 러시아 양식 건축물들을 안내하는 표지판입니다. 사실 하얼빈의 러시아 건축물들은 그대로 보존되기 보다는 상업시설로 활용되면서 간판이 붙고 이래저래 개조 되면서 그 멋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모두 제정러시아 때부터 있던 건물도 아니겠죠. 건물에 붙은 큰 아디다스 간판이나 맥도날드 간판이 도시 미관을 많이 해치고 있었습니다.



























옆에 보이는 탑은 온도계입니다. 그날 현지 기온을 알려주는 온도계가 도심 한복판에 있는데 필요할 것 같더군요. 기억하기로는 저 때 낮 기온이 영하 20도였습니다. 엄청 추울 것 같지만 바람만 안 불면 다닐만 했습니다. 다만 제가 러시아에서 사온 털모자에 가죽장갑을 끼고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칭칭 감고 돌아다녔습니다. 하얼빈에서 겨울에 패션 챙기다간 다 얼어죽겠더군요. 눈이 녹아 생긴 빙판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사람이고 차고 그냥 얼음이 한겹 덮인 도시 위를 조심스럽게 지나다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 도심은 사람도 많고 상점도 많았습니다. 건물을 좀더 원형 그대로 살리고 페테르부르크처럼 분위기를 냈으면 좋으련만 왕서방의 고장 중국에서 그런걸 기대하긴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러시아에 온 기분을 한껏 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건물 두개 사이를 막아 이어서 지은 백화점입니다. 너무 추워서 잠시 피신해 있었는데 지하엔 한국 슈퍼마켓도 있더군요. 택시기사 아저씨도 하얼빈 공대에 한국 학생도 많고 하얼빈에 전반적으로 한국인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제정러시아 건물들은 보통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는데 유럽의 다른 도시들하고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달까요.




 그 다음 간 곳은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성 소피아 성당이었습니다. 제정러시아 시절 세워진 성당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남아있었으나 종교를 탄압하는 공산당 정책에 의해 안의 이콘과 장식은 모두 뜯겨나가 있었습니다. 성당도 성당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었고요. 하지만 그 외관 만큼은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성당 내부에는 하얼빈의 과거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과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하얼빈 역이 성당 근처에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구도심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으로 옮겼고요.












러시아 식민지 당시 거리에 걸린 러시아어 간판들입니다.













하얼빈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러시아인 가족의 모습입니다. 실제로 쑹화강변 태양도 공원에 가면 구 러시아 귀족들의 별장이 있습니다.












옛날 성당의 모습입니다.




 
 







 하얼빈 제일 치과 학교라고 되어 있는 간판입니다.












성 소피아 성당 구경을 다 끝내고 역시나 또 다른 러시아 식당에 들렀습니다. 역시 시내에 있는 곳이었는데 드디어 크바스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크바스는 러시아 전통 음료로 러시아 흑빵을 물로 만든 것 같은 맛입니다. 시큼하면서 또 달달하기도 하고 탄산이 들어가 있어 맥주에서 알콜 뺀 듯한 느낌입니다. 2008년 여름 러시아에서 길거리에서 맛있게 사먹었는데 정말 반가웠습니다.






 식당 내부는 꽤 고풍스러웠습니다. 물론 밥값도 고풍스러웠습니다만 여행 왔는데 먹을 건 먹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또 와장창 시켰습니다.













 빵은 러시아어로 흘롑이라고 하는데 러시아 특유의 흑빵이 있습니다. 약간 발효되어서 시큼털털한 맛이랄까 러시아에서 처음 먹었는데 건강빵이라고 생각하면 먹을 만 했습니다. 빵과 함께 이것 저것 먹었는데 러시아 음식은 향이 세지 않고 간도 많이 안 되어 있어서 대부분 먹을 만 했습니다. 진짜 러시아 본토 음식과 얼마나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요.




































한겨울의 쑹화강은 꽝꽝 업니다. 정말 꽝꽝 얼어서 그 위에 마차와 자동차가 다니고 시민들은 멀리 다리로 돌아서 건너지 않고 그냥 강변에서 강을 건넙니다. 저도 태양도 공원이 있는 섬에 다녀오려고 케이블카를 타고 넘어갔습니다. 근데 케이블카가 너무 이른 시간에 끊겨 강을 걸어서 건널까 생각하니 막막하더군요. 마침 공원을 지키던 공안에게 "건너가는 배편은 없냐"라고 물었습니다. 공안은 "이런 추운 겨울에 강도 다 얼었는데 배는 무슨 배냐"면서 미친놈 보듯이 보더군요. 너무 추워서 머리가 안 돌아간 듯합니다.



이 표지판이 바로 하얼빈의 스탈린 가 표지판입니다. 사실 파리에서도 스탈린그라드 가와 막심 고리끼 가를 보았지만 중국에서 스탈린 가를 보게 되어 뭔가 의외였습니다. 그렇게 중소분쟁을 겪고도 그대로 놔둔 것을 보니 신기합니다.











도시 전체가 빙등제를 하지만 빙등제 구역은 따로 있습니다. 공원에 한꺼번에 조각품을 모아놓고 하는데 해마다 주제가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월트 디즈니가 주제더군요. 그래서 온갖 디즈니 공주님들과 만화 캐릭터들이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각국의 얼음 조각가들이 조각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얼빈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어 빙등제를 보고 나서 역으로 후다닥 갔습니다. 하얼빈 역으로 가서 침대기차를 타고 밤새 돌아오는 일정이었거든요. 2층 침대가 2개 놓여 있는 구조였는데 위에 굉장히 무거운 중국인이 올라가더니 새벽 3시 쯤에는 자기 핸드폰을 떨어뜨려달라고 저한테 주워달라고 해서 뭔가 도난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이 때부터 침대차의 저주가 시작되어 2년 후에도 오스트리아에서 베니스로 가는 침대차 안에서는 독감이 들어 베니스에서 죽을 뻔 했습니다...

사진을 이래저래 모아서 올려봤는데 영 화질이 안 좋네요. 그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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