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8일 수요일

전문가로서의 책무

안녕하세요 니콜라이입니다. 추석 때 살 안 찌려고 발악을 하는데 참 힘들군요. 여러분 모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살은 안 찌는 그런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본인의 텝스 시험이 끝났습니다. 잘 봤던 못 봤던 관계 없습니다. 끝났다는데 방점을 찍어야죠. 텝스 시험 같은 걸 대학교 입시에 쓰다니 그건 야만적인 행위입니다. 대학원 입시에 쓰는 것도 야만입니다. 영어에 대한 증오만 늘어가는군요.

각설하고 오늘은 자기소개서에 쓰다가 여기에도 좀 쓰고 싶은 주제를 쓰고 싶어서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전문가의 책무'입니다.

트위터 하시는 분은 많이 느끼시겠지만 의사분들이 현행 의료체계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그 개선방안이나 문제점에 대해 토로하시는 것을 보셨을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제가 가끔 감사하다가 징징대는 것도 보셨을 것이고 요즘 로스쿨 나온 변호사가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된다는 소식도 들으셨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느끼기엔 이 모든 것의 가운데에는 '적정 수입'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입니다. 즉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벌어가는 걸 우리 사회가 보장 혹은 용인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사실 노동시장론적 관점에서 본다면(제가 말하는 노동시장론은 꼭 신고전학파적 시각은 아닙니다)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해당 직종의 임금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것도 진입장벽이나 면허 등 해당 노동시장에 시장 참여자들이 진입하는 것이 자유로운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소위 전문가, 전문직의 경우에는 진입장벽이나 국가에서 면허를 발행함으로써 시장 참여가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시장 참여가 이러한 제한을 받게 되면 경제학에서는 지대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공급이 제한되므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게 되고 가격은 완전경쟁 상황, 즉 수요와 공급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수준보다 올라가게 되죠. 따라서 해당 전문직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 또한 올라가게 됩니다. 여태까지 많은 전문직이 고수입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지대가 있었죠.

그러나 요즘 들어 각종 고시 합격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의대 등의 정원이 늘어나면서 아예 지대를 없애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전문직의 서비스의 가격은 낮추면서 소비자에게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에서 말이죠. 그러나 과연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까요?

면허나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유는 해당 전문직이 수행하는 일이 그 정도의 자격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해부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의사면허를 줄 수 없고 회계이론을 모르는 사람이 회계감사를 할 수는 없죠. 그런데 만약 낮은 서비스 가격과 품질 개선을 이유로 많은 수의 면허를 발급한다고 하면 개별 전문가가 얻을 수 있는 수입은 낮아집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의 움직임은 하나입니다. 박리다매입니다. 즉 더 많은 양의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품질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의사의 경우는 박리다매를 하게 되면 환자를 더 많이, 대충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너무 적나라할지 모르지만 전문가는 받은 돈에 비례해서 그 정도 품질의 서비스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공장이 아니기 때문이죠. 전문가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전문가는 최대한 수입의 감소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을 떠맡으면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전문가 '조직'이 되는 경우 조직은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더더욱 적정 수준의 수입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전문가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계감사 과정에서 요즘 문제시 되는 덤핑은 좀더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이건 여담이긴 하지만 감사를 받는 피감사인이 감사 수임료에 대한 거의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데다가 회계사의 숫자도 많이 증가하였고 또 자유수임계약제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회계법인들이 여러 사업 분야에 손을 대고 이전에는 손 대지 않았던 정부 용역에까지 입찰을 한다는 기사를 보면 회계시장 또한 전문가의 증가로 인한 지대감소로 문제를 겪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지대를 보장해줄 근거가 있냐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전문가가 지대를 보장받고 적정수입을 챙기는 대신에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법제도의 정비를 통해서도 책무를 규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있는 것보다 전문가의 법률적 책임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신에 제도적으로 지대를 보장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느 정도 높더라도 확실히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는 전문가 집단 스스로가 주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마음은 없으면서 자꾸만 지대 운운하며 정부와 사회가 '내가 이만큼 공부해서 '쯩'도 갖고 있는데 왜 돈은 못벌게 하냐'고 찡찡거리기만 한다면 그건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기생충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생충이라는 단어가 심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대는 일단 사회의 경제적 효율을 저하시키는 요인입니다. 지대를 추구하게 되면 사회 전체 구성원의 몫으로 돌아갈 후생이 지대를 가져가는 집단에게 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문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 지대를 가져가서 사회가 얻는 손실을 사회적 책무를 다해 벌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사회적 책무를 모두 다하고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함과 동시에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사회에 합리적인 지대를 요구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 같은 생각을 한번 썰로 풀어 봤습니다. 이게 다 제가 먹고 살기 힘들어 져서... 는 아니고요, 요새 들어 지나치게 의료 시장 등에 있어서 소비자와 공급자, 그리고 정부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아서 한 번 써본 글이었습니다. 좋은 밤 보내시고 송편은 탄수화물 덩어리니 적당히 드시고 고기로 배울 채우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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