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자본주의 체제와 회계제도 간의 논의

순전히 제 공상이고 가설이지만 회계 공부를 하고 일을 하다보니 든 생각입니다.

자본주의는 70년 말을 기점으로 신자유주의 등장과 함께 주주자본주의로 헤게모니가 넘어온 듯합니다. 주주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주주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자본주의입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주주의 이익이란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1)자본이득(Capital Gain)입니다. 주식의 가치 변동으로 인한 이득입니다. (2)배당소득(Dividend)입니다. 이는 설명 안해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자본이론들 중에서, 배당을 지급하는 것과 지급하지 않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기업가치에 이익인지를 논하는 이론들이 있지만 전 중립적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자본이득으로 그 몫이 고스란히 돌아가겠지요.(대개 배당을 지급하면 그만큼 주가가 빠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다면 자본이득의 원천은 어디일까요?

자본이득은 주식 가치 변동으로 생깁니다. 주식의 가치는 좀 간단히 말하면 곧 기업의 가치입니다. 그러나 이는 온전한 기업가치는 아닙니다. 기업은 자본조달을 주식(자기자본)과 부채(타인자본)으로 하기 때문이죠. 자기자본가치는 주식 가치로 계산할 수 있으나 부채 가치는 주식 가치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즉, 기업의 시장가치=자기자본가치+타인자본가치 입니다. 그렇다면 자기자본의 가치를 알면 주식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그러나 회계상의 정보는 자기자본가치 평가에 있어 여지껏 크게 유용한 정보를 주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기업의 자기자본(보통 재무제표에선 자본이라 부릅니다)에는 이익잉여금(여태까지 벌어서 쌓은 돈)과 주식 발행시 계상되었던 자본금의 가치 정도만이 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적용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은 이전 회계기준보다 자기자본 부분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이는 자산부채 평가방법의 변동으로 인한 것인데, 새로운 회계기준은 공정가치로 측정하기를 원합니다. 회계를 아신다면 당연히 자산=부채+자본 인 것을 아실 겁니다. 여기서 자산-부채=자본의 관계가 나오므로 자산과 부채만 알면 자본의 가치는 알아낼 수 있습니다. 만약 자산과 부채를 정확하게 평가한다면 당연히 자본 가치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공정가치란 이 자산과 부채를 현행의, 시장 가격이나 그에 준하는 합리적 가격을 적용하여 평가하기를 요구합니다.(이를 실제로 할 수 있냐는 가능성의 문제와는 별개로요) 그렇다면 자기자본 가치를 정확하게 계산하는게 왜 주주자본주의와 관련 있을까요?

자기자본은 흔히 "청산권"이라 부릅니다. 즉 회사를 지금 당장 정리하여 자산을 모두 팔아 부채를 갚았을 때 남는 돈이 자기자본이라는 것이지요. 주주들은 굳이 회사를 청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아버려서 청산권에 해당하는 권리만큼의 금액을 현금화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당장 이 회사의 청산권이 얼마나 되냐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문제는 주식 가치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주주자본주의 하에서는 주주에게 지금 당장 어느 정도의 부를 보장할 수 있냐는 관점에서 '자산부채의 공정한 평가'를 중시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산부채 중시 기준이 나오기 전에는 손익계산서 중시 관점이 주를 이뤘습니다.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한해동안 벌고 쓴 돈을 기록하고 남은 돈을 기록하는 재무제표입니다. 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출액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판매및관리비&기타인건비
영업이익
-이자수익비용/차익손실/법인세비용
당기순이익

입니다. 그리고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나갑니다.

여기를 보면 다음과 같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매출액: 기업이 벌어들이는 총수입(이자수익 등 제외)
매출원가: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 원재료 공급상에 대한 재료비, 기타 수도 광열비 등
판관비 및 인건비: 기업의 운영에 관계된 여러 경제주체가 기업에 공급한 일종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대가
이자비용: 채권자(은행)에 대한 자본비용
법인세비용: 정부(공공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비용
배당: 주주에 대한 자본비용

입니다. 즉, 손익계산서는 각종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기업 정보에서 매출이 중요한 이유도 이 매출액에서 각종 이해관계자에게 분배될 소득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손익계산서를 중시하게 되면 아무래도 이런 이해관계자들에게 얼마나 소득이 분배되고 있는지가 정확히 나오겠죠. 하청업체나 원재료 공급업체와 같은 공급사슬에 있는 경제주체들도 기업의 원가율이나 기타 손익계산서 관련 정보로 도급 대금이나 재료 대금에 대하여 인상/인하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고 노동자들도 자신의 임금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죠. 은행도 이 기업이 과연 이자를 지급할 능력이 있나 신용도를 체크할 수 있고 정부도 기업이 내야할 세금 액수를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주주도 이익이 많이 난다면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측면이 자본주의 황금기, 그러니까 70년대 이전의 사회적 대타협 시기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시기와 상응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순전히 저의 이상한 생각이고 가설일 뿐이지만요. 그렇다고 요즘 손익계산서를 막 방치하고 그렇지 않습니다. 이전보다 빡세졌으면 빡세졌지 덜 빡세게 감사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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