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수영

수영을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일단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6개월 됐을 때 바다에 한번 빠뜨리셨다고;;; 4살 때부터 했으니까 거진 20년 되었네. 수영 처음 배울 때는 꽤나 무서웠던 걸로 기억한다. 유치원 수영장에서 시작했는데(지금 사는 곳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나온다) 막 수영 선생님이 물에 던지고 그래서 내가 할머니한테 수영 안 가겠다고 하면서 수영복을 감추고 그랬다. 그때는 수영 선생님이 무서워서 아마 수영을 하기 싫어했던 것 같다. 그렇게 유치원 3년간 수영을 했건만 자유영과 배영 말고는 배운 게 없었다. 자유영도 팔 안굽히는 걸로.

그후 3년간 수영은 간헐적으로 했다. 동네 스포츠센터에 강습 등록을 했는데 금방 그만 뒀는데 그때도 선생님이 무섭다는 이유였다. 어렸을 때는 매우 순진하여(지금도 순진합니다) 선생님 무서우면 그만큼 나에게 두려운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4학년 때 수영장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고 정규 수업시간에 수영 시간이 편성이 되어 있어서 필수적으로 수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고 수영 시간이 좋진 않았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방과후 특별활동으로 수영을 해서 수영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 방학 때도 특별활동으로 수영을 해서 초등학교 마지막 3년간 수영을 꽤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때 완벽한 자유영 동작을 배우고 평영, 접영, 스타팅, 턴 모두 배웠다. 자유영, 배영 턴은 코에 물들어 가는 걸 제어할 줄 몰라서 못했고 스타팅은 당시 이미 두툼 했던 복부 지방이 물에 철퍽 철퍽 하며 엄청난 소리를 내며 부딪혀서 영 신통치가 않았다. 그래도 아주 느리거나 수영 실력이 안 좋은 것은 아니어서 중상급 정도로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수영 중학교 때는 잘 안 하다가 고등학교 때 동네에 시립 수영장이 생긴 이후 종종 갔었다. 워낙 살이 쪄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운동 중 하나가 수영이었다. 그것마저 한달에 두세번 정도 갔나? 그런데 수영은 몸에 익은 거라서 3년간 잘 안 하다가 해도 어지간히 할 만은 했다. 수영을 좀 정기적으로 다녔던 것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헬스를 지나치게 하여 살 빼다가 몸 다 망가지고 할 수 있는 운동은 수영 밖에 안 남아 있어서 옆동네 수영장을 다니게 되었다. 옆동네이지만 사실 중랑천을 건너고 정말 산넘고 물건너는 곳이라 여름에는 비 많이 오면 하천 둔치에 출입 금지 당하고 가는 길이 워낙 멀어 날이 궂으면 못 가고 겨울에는 가다가 다리 위에서 얼어 죽고 강바람 맞아 실신할까봐 못 가고 뭐 그런 험난한 곳이었다. 사실 집에서 나와 중랑천을 헤엄쳐 건너거나 건기에는 바지 걷고 건너면 지척인 곳이었지만 수영복을 입고 현관문을 나서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옆동네 수영장을 다니면서 드디어 수영장 아줌마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몸도 썩 안좋고 어차피 수영 강습 들어도 할 게 없어서 자유수영만 다녔는데 아저씨들이나 할아버지들은 수영에 크게 방해가 안 되었으나 아줌마들과의 신경전은 매일매일 벌어졌다. 속도가 느리다고 뒤에서 자꾸 툭툭 치질 않나 출발 하는데 앞에 끼어들어서 출발하질 않나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게다가 남의 수영에는 또 일일히 오지랖 넓게 간섭하시느라 본인의 수영은 안 하고 계신 경우도 허다했다. 아줌마들과 매일매일 속도 경쟁, 눈치 경쟁을 하면서 그 수영장을 다녔는데 그래도 아줌마들이 꽤나 빨라서 따라 잡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내가 다리가 제일 아픈 시기이기도 했고, 워낙 오랜만에 한 것이라서 요령도 안 붙어서 속도가 여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영장에서의 혹독한 수련이 다른 동네 수영장에서의 적응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수영을 시작한게 이번 3월에 회사를 쉬고 학교를 다니면서부터이다. 학교 근처 수영장과 집앞 시립 수영장을 다니는데 왠걸 아줌마들이 느려졌는지 내가 빨라졌는지 예전과는 다른 상대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집앞 수영장의 경우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매너가 좋아서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하지만 학교 근처 수영장, 특히 모 수영장의 경우는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추월하고 뒤에서 툭툭 치고 앞에 끼어들고 하는 비매너가 왕왕 일어나는데다가 수영장에서 별별 오지랖을 다 들어야 해서 갈 때마다 불편하다. 심지어 수영장에 탈수기도 없다!(수영 다니는 사람은 탈수기가 없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 그것은 물이 뚝뚝 흐르는 수영가방을 집까지 질질 들고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산 위에 있는 모 수영장은 자유수영 레인이 적은 대신 매너가 좋다. 근데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노동의 한계생산물 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정도로 사람이 많아 안 가게 되고 있다.

수영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어지간하면 강습을 권해드리고 싶다. 자유수영은 자기 페이스대로 하기 좋은 대신에 규율이 없으면 수영하는 시간보다 물에서 노닥거리며 천장만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쉬지 않고 최대한 많이 해야 운동효과가 좋지 중간 중간 한번 갔다 쉬고 한번 갔다 쉬고 하는 식으로 하면 힘도 안들고 살도 안빠진다는 걸 요 2년간 깨달았다. 지금은 잠시 몸이 안 좋아 1주 정도 쉬고 있지만 빨리 나아서 수영장에 다시 가고 싶다. 안 가면 몸이 근질거리고 찌뿌둥하고 막 아프려고 한다. 그래도 이전 일을 반면교사 삼아 다시 되풀이 하고 싶진 않다.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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