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7일 금요일

1/24-1/29 HONGKONG(3)

홍콩에서의 둘째 날에 대해서 써야겠군요.

호텔엔 조식이 없어서 조식을 해결해야 했는데 마침 지인이 좋은 딤섬집을 알려주었습니다. 완전 현지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라던데 지나가는 카트에서 딤섬을 하나씩 집어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을 먹을 곳도 홍콩섬에 있고 홍콩섬에서 전 일정을 보내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홍콩섬에 건너가야 했습니다. 지하철을 탈까 하다가 조금 독특하게 건너가보기로 하고 까우룽과 홍콩 섬을 잇는 스타 페리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페리 정류장은 침샤추이에 있기 때문에 멀지 않았습니다.

 침샤추이에 있는 스타페리 선착장 내부입니다. 마치 지하철을 타듯이 개찰구에 옥토퍼스 카드를 찍고 들어오면 되더군요. 스타페리도 일종의 대중교통인데 뱃삯은 버스나 지하철 요금에 비해 저렴했습니다. 페리 정류장에 사람이 무척 많이 서 있어서 오래 기다려야 하나 걱정했으나 직원이 배를 타려면 줄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바로 개찰구로 들어가라 해서 갔더니 배 타는 사람은 별로 없더군요. 잠시 기다리니 배가 왔습니다.


배 안에서 본 홍콩 섬 쪽의 풍경입니다. 아침에 꽤 일찍 나왔는데 그날부터 며칠 간 해가 완전히 뜨지 않고 구름낀 날씨가 지속되었습니다. 조금 안타깝긴 했지만 아마 해가 쨍쨍했다면 좀 더웠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타 페리 내부입니다. 외부와 내부 모두 매우 깨끗하고 신식이라는 느낌보다는 구식이고 세월의 떄가 많이 묻었다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구간을 운행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의자나 기타 시설이 모두 간단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저와 부모님이 찾아간 딤섬집은 린헝쿠이라는 딤섬집이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느낀 것은... 마치 을지면옥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앉아 있는 손님의 대부분은 아침을 때우러 온 노년층의 홍콩 사람들이었습니다. 할아버지들이 느긋이 앉아서 신문을 읽으면서 딤섬을 먹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시끄럽고 분주하고 번잡해서 부모님과 저는 살짝 놀랐지만 지인에게 아무데나 합석해서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그냥 아무데나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주문 방식을 잘 몰랐으나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돌아다니는 카트에서 먹고 싶은 것을 집어 들면 이미 주어진 빌지에서 해당하는 금액에 도장을 찍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치 회전초밥집에서 그릇 색깔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그 가격에 먹은 갯수를 곱해서 총 금액을 산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시켜 먹은 딤섬의 사진입니다.

일단 집어보자는 생각이어서 사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막 집었습니다. 약간 향이 나는 것도 있었고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딤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있었습니다. 딤섬 중에서는 마치 찐빵 같은 피 안에 내용물을 넣은 차샤오바오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다른 딤섬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난 홍콩 여행 때 이런 딤섬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먹지 못하여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돌아다니는 카트 중에는 디저트를 파는 카트도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빵과 팥소가 들어간 찐빵이나 꺠도너츠, 에그타르트 등이 있었는데 에그타르트와 깨도너츠를 집었습니다. 디저트는 꽤나 맛있었습니다. 일단 에그타르트는 계란이 익지 않은 채로 탱글탱글한 필링이 들어가서 따뜻한 상태로 먹는 맛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깨도너츠 안에는 팥소가 아니라 슈크림으로 만든 소를 넣어서 독특한데다가 맛있었습니다.

아침을 거하게 먹고 나와서 커피를 한잔 한 뒤 홍콩 섬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홍콩 섬에는 워낙 볼 건축물과 이런저런 유적과 고적들이 많아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고 밤에는 피크트램을 타야 했기 때문에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셩완쪽에서 관광을 시작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만모사원입니다. 만모사원은 제가 저번에 왔을 때 맘에 들었고 꼭 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습니다. 사원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면 일단 안의 광경 자체가 신비로운데다가 연기까지 가득 차 있어서 지난 번에도 예쁜 사진을 건져왔습니다. 이번에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향 한단만 사서 향을 꽂고 나오려 했으나... 뭔가 저의 착오로 사진에서 보이듯이 좀 향을 많이 사게 되어서 꽂는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만모사원은 한문으로 옮기면 文武廟 입니다. 문무를 겸비했다고 숭상받는, 중국인들에겐 하나의 신과 같은 관우를 모시는 사당입니다. 한국에도 이와 같은 사당이 있습니다. 지하철 1, 6호선이 교차하는 동묘앞 역의 동묘가 바로 관우의 사당입니다. 관우는 유비보다 오히려 유명해져서 도교의 신으로서 민중의 추앙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만모 사원 말고도 홍콩에는 다른 많은 도교 사원이 존재합니다. 대개 풍경은 비슷비슷하나 만모사원만큼 좋은 사진이 나오는 도교 사원은 가보질 못했습니다. 규모도 적당하니 좋고 사람도 그렇게까지 많진 않습니다.

사원 안의 홍콩 현지인들은 진심으로 복을 기원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좀 더 정성인 사람들은 뱀이 또아리를 뜬 듯한 향을 천장에 매달아 놓았는데 보기에 굉장히 예뻤습니다. 저 향에서 떨어지는 재에 맞으면 운이 좋다는데 전 저의 모자를 더럽히기 싫어서 굳이 저 밑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홍콩은 문화대혁명에서 비껴나갔기 때문에 중국 본토의 대도시들보다 도교적 색채가 상당히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건물도 상당히 풍수지리를 따지며 짓는다고 하더군요.

만모사원을 간 뒤 쑨얏센 기념관, 그러니까 손중산(쑨원)기념관에 갈까 생각했으나 너무 높은 곳에 있고 다녀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될 듯하여 단념하였습니다. 쑨원은 중국의 국부로 홍콩과 마카오에도 그를 기리는 곳이 있으며 중국 본토와 대만 양안에서 모두 존경받는 지도자입니다.

만모사원을 나와 캣스트리트로 갔습니다. 캣은 은어로 장물아비를 뜻하는데 원래 영 떳떳하지 못한 물건을 팔던 곳이었다가 요즘엔 기념품과 이런 저런 잡화들, 그리고 고가구와 공예품들을 파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옆에 사진에는 중국의 주요 인물의 피규어(!)와 초상화 등을 팔았는데요, 대부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자 마오쩌둥이었습니다. 앉은 마오쩌둥 선 마오쩌둥 이런저런 마오쩌둥도 있고 맨 앞 가운데 그림은 천안문 앞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하는 마오쩌둥이고 그 왼쪽은 인민해방군의 주역 중 하나였던 린뱌오, 또 그 왼쪽은 중국의 국부 쑨원이네요.

홍콩 하면 사람들이 해변가의 으리으리한 마천루들만 떠올릴지 모르지만 사실 홍콩의 진짜 모습은 그 마천루들 뒤에 있는 이런 조그마한 골목들일지도 모릅니다. 홍콩섬의 화려한 마천루 바로 뒤로만 가도 간판이 덕지덕지 달려 있고  낡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대나무 자라듯이 올라간 건물들이 가득 차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앞의 화려한 건물들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풍경이지요. 그만큼 홍콩에는 빈부격차가 큰 것 같습니다.










옆의 고양이는 홍콩 섬의 해안 쪽 큰길로 내려오다가 발견한 고양이입니다. 가게 문 앞에 주인 아저씨와 나란히 앉아 있는게 꼭 자기도 가게 주인 같이 행세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가게 말고도 다른 가게에도 고양이들이 가게 문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더군요. 상인들이 고양이를 내쫓지 않고 잘 대해주나 봅니다. 사실 고양이에게 그렇게 박하게 구는 곳은 한국 빼고 몇 군데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뒷골목을 내려와서 해안가로 다시 돌아와 홍콩 금융가의 건축물들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옆 사진의 건물은 홍콩 HSBC은행입니다. HSBC는 홍콩-상하이 은행의 약자인데 중국 내에 많은 지점이 있습니다. 여기 1층은 텅 비어 있고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비로소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1층 앞에는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지요. 그리고 유명한 HSBC은행의 상징인 사자상이 1층에 있습니다. 화폐 발행을 중앙은행이 독점하지 않고 민간 상업은행에 위임하는 홍콩의 제도로 인하여 HSBC는 홍콩달러의 발행 은행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는 스탠다트차티드 은행과 중국은행이지요. 사자상은 HSBC가 발행하는 홍콩달러에도 나옵니다. 그리고 저 특이한 사다리 모양은 대나무가 쭉쭉 뻗어 올라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하네요.
옆의 사진은 중국은행 건물입니다. 홍콩의 랜드마크처럼 된 건물이지요. 겉에서 보기엔 초현대식 마천루지만 사실 중국은행 1층을 지나가다 보면 막 신년을 맞이하는 붉은색의 장식품들이 우리가 보기엔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걸려 있습니다. 아까 만모사원에서 말씀드렸듯이 홍콩사람의 미신에 대한 숭배는 정말 대단해서 은행이나 다국적 기업의 건물도 미신을 좇아 지을 정도입니다. 중국은행의 날카로운 실루엣도 기를 누르기 위한 칼모양이라네요.
여기는 홍콩섬의 마천루 사이에 고즈넉하게 있는 성 요한 성당입니다. 성공회 성당이고 안에는 특별한 것은 없으나 모자이크 하나가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통 성당의 모자이크는 성경의 내용이나 성자들의 고난 등을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 성당에는 특이하게도 홍콩의 특징을 모자이크 하나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보이는 모자이크인데요, 가운데는 예수님이 배를 타고 파도를 해쳐나가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좌우 양쪽의 모자이크는 성스러운 내용이 아닙니다. 왼쪽은 영국 남자 선원이 영국의 상선과 군함을 배경으로 서 있고 오른쪽엔 바닷일을 하는 중국 여인이 정크선(중국 전통배)를 배경으로 서 있습니다. 정말 홍콩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모자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콩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둘러보고 어머니께서 어젯밤에 웬일인지 막 가이드 북을 뒤져서 찾아내신 어묵 국수집에 갔습니다. 홍콩의 어묵은 유명한가 보더군요. 되게 허름한 현지 식당이었는데 가격고 한 그릇에 3~4천원 꼴로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완탕과 어묵국수를 시켰는데 향료가 들어있어서 부모님은 입에 좀 안 맞아 하셨습니다. 그나마 제가 시킨 완탕이 괜찮았습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음식 선택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셨습니다.











 홍콩섬도 구룡반도처럼 길이 좁고 교통이 복잡합니다. 구룡반도와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섬의 주요 부분들이 전부 육교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미드웨이 에스컬레이터도 모두 그런 육교의 일부이지요. 심지어 육교가 건물을 관통하여 이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건물들도 모두 육교를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도로가 복잡하니 육교로 다니는게 편해서 그랬을까요
































컨벤션 센터를 보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빅토리아 피크트램을 타기 위해서는 1시간 반 줄 서는 건 기본이기 때문에 6시 정도엔 가서 줄을 서야 하기 때문이죠. 저번에도 가장 고생했던 부분이 빅토리아 피크트램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엔 일찍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근데 제가 알아두었던 탕수육집이 폐업을 하는 바람에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어디로 가야하냐고 계속 물어보시지 전 막 폐업여부 알아보느라 똥줄이 타지 난감하던 참에 구글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국어로 맛집 검색을 했더니 맛집이 나오더군요! fung wa라는 곳이었는데 사실 차찬텡이었습니다. 파인애플 번이 유명해서(우측 상단) 시켰는데 맛있더군요. 볶음밥도 맛있었는데 사실 탕수육 맛집을 고르다 발견한 곳이기 때문에 좌하단의 새우탕수육과 우하단의 돼지고기/닭고기 탕수육이 맛있었습니다. 한국의 탕수육과 다를게 없었죠.

 밥을 겨우겨우 다 먹고 피크트램 대기줄로 서둘러 갔지만 역시나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더군요. 마담투소 밀랍인형 박물관 티켓을 사면 빨리 입장할 수 있지만 그 티켓이 워낙 비싸서... 그냥 기다렸습니다. 1시간 훨씬 넘게 기다린 이후에 입장해서 피크트램을 타는데 중국 아줌마들의 밀치기 파워가 장난 아니더군요. 한국 2호선은 댈 것도 아니었습니다 모 드라마의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한국 지하철에서 단련된 몸빵으로 버텨 가족들과 함께 트램에 탔습니다. 트램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광경도 상당히 장관이더군요. 트램을 타고 올라가서 다시 전망대로 들어가 올라가면 홍콩시대를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전망대 옥상이 있고 거기서 옆과 아래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시 아름답더군요. 하지만 레이져쇼를 8시에 다 보고 내려오면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얼른 내려왔지만... 그래도 내려가는 줄도 한가득이라 꽤 기다린 후에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참 이 트램은 안 타고 그냥 버스 타고 올라가도 되는데 부모님은 처음 관광 오시는 거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술을 마셨습니다. 편의점에 갔더니 잭다니엘과 콜라를 섞어 놓은 잭콕을 팔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칵테일이라 사서 마셨는데 맛도 좋았습니다. 한국에도 있었으면 했습니다. 다음날엔 도심터미널에서 짐을 부치고 옹핑 360을 타러 가야했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